한참 피크 시간대인 저녁 8시쯤.
굽네치킨으로 픽업을 가게 됐다.
가게에는 알바생 한 명과 사장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 한 분이 있었다.
사장님은 홀을 보고 있었고,
알바생은 바쁘게 닭을 조리하고 있었다.
조리 예정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금방 나오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분이
계속 내 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그 사람 속을 들여다본 건 아니다.
다만 내 입장에서는
내가 서 있는 위치가
그분이 홀서빙을 하는 동선에 걸려서
방해된다고 느끼는 건가 싶었다.
시선은 불편했지만,
최대한 가게 동선에 방해되지 않는 위치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정된 조리 시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알바생에게 물어봤다.
"쿠팡 ○○○번인데 얼마나 걸릴까요?"
그러자 알바생이 말했다.
"9분 남았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튀김시간 카운터가 9분 정도 남았다는 거지
양념무치거나 포장 시간까지 생각하면
무조건 10분 이상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정을 취소를 해야할지 판단해야 한다
피크시간에 10분 대기는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말을 꺼냈다.
"좀 있으면 나올 건데 뭘 그렇게 물어요."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알아서 챙겨줄 건데 사람 번거롭게."
순간열이 확올라왔다
하지만 배달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사장님, 저도 기다릴지 그냥 갈지 선택할 권리는 있습니다."
"무작정 기다려야 합니까?"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비꼬는듯한 말투로
"아... 그럼 엄청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오래 걸리는 건지,
방금 전까지의 말이 감정적인 반응이었던 건지
굳이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조용히 배정 취소를 누르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무시당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나는 음식을 대신 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가게는 음식을 만들고,
라이더는 배달을 한다.
서로 역할만 다를 뿐
같은 주문을 처리하는 협력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 분 정도 걸리는지 묻는 것이
그렇게 번거로운 일일까.
라이더에게 10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10분이면 다른 주문 한 건을 수행할 수도 있고,
수입에도 영향을 준다.
기다릴지,
취소할지,
그 판단을 하기 위해 시간을 물어본 것뿐이다.
"5분 정도요."
"10분 정도요."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한마디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법 아닐까.
저도 돈 벌려고 나왔습니다.
사장님도 돈 벌려고 장사하시잖아요.
같이 좀 잘 먹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씁쓸한 마음으로
다음 배달지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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