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고의 충격이
아직 가시기도 전이었다.
내 소중한 티맥스는
수리는커녕
야마하 매장 한구석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삼발이는 완전히 나간 것 같았다.
“수리한다고
예전 컨디션이 나올까?”
이런 막막한 고민만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생업이 급했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지사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렸고,
사장님은 선뜻
XMAX 한 대를 빌려주셨다.

티맥스만 타다가
XMAX를 타보니
핸들도 가볍고
승차감도 묘하게 좋았다.
새 차를 타는 설렘.
그리고
남의 차라는 조심성.
그 두 가지가 더해져서
정말 신중하게 배달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조심성이 무색하게도,
불과 5일 만에
다시 사고가 터졌다.
그것도 소름 돋게
이전 사고와 비슷한 방식으로.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치킨 하나를 픽업해서
배달지로 향하던 중이었다.
신호 대기를 위해
정지선을 살짝 넘어
멈춰 섰다.
내 오른쪽 차선에는
택시 한 대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향이 이상했다.
분명 유도선이 있는데도
그 선을 따라가지 않고
자꾸 내 쪽으로
차 머리를 들이밀었다.
순간 느낌이 왔다.
“어어어?
부딪히겠는데?”
위험을 직감하고
경적을 울렸다.
하지만 택시는 멈추지 않았다.
내 몸에 닿을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찰나,
나는 오토바이를 급하게 틀며
피하려 했다.
그리고 그대로
빗길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넘어진 채로
고통을 참으며 택시를 봤다.
기사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택시가 멈춰 서서
상황을 살피는 건 느껴졌다.
그때 나는
다리가 오토바이에 깔려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무 아프고,
너무 어이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크게 소리쳤다.
“거기 딱 서!
경찰에 신고할 거야!”
겨우 다리를 빼내고
오토바이를 세우려는 순간,
지켜보던 택시가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진짜 순간적으로
말이 안 나왔다.
근처에 있던 꼬마 한 명이
뛰어와서 물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배달 통을 열어보니
지코바 양념은
이미 여기저기 새어 있었다.
엉망진창이었다.


억지로 배달을 마쳤다.
그런데 배달이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깔렸던 다리는
접질린 듯 욱신거렸다.
넘어질 때 버틴 허리 쪽에는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의
심한 담이 찾아왔다.
다행히 헬멧 캠은
그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결국
내 돈을 먼저 지불하고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불과 며칠 전
퇴원했던 그 병원이었다.
뼈는 무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등에 결린 담과 통증은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다시
입원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
사고를 내놓고
상황을 확인하고도
그냥 가버린 택시.
비 오는 거리에서
나를 그대로 두고 사라진 그 뒷모습.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엔 절대 그냥 안 넘어간다.”
“가만 안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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